소녀의 아이디어.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2017. 10. 19. 06:32


이야기의 시작-> 3.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
그가 미소를 띄우며 나를 쳐다보았다.
"메론빵이요.”
“메론빵?”
그가 이상한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늘 그냥, 날이 춥고 그래서, 주방장 아저씨한테 말했거든요. 오늘 다들 코가 빨개져서 올지도 모르니까, 카페에 따듯한 음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그런데 아저씨가 그럼 어떤 것이 좋겠니 해서 스프, 갓구운 빵이랑……, 음…… 생각하다가 있죠.”
“메론빵 이야기를 했구나?”
그가 빙그레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의 빈 접시를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너무나 달달하고 맛있어서, 그만 단번에 먹어버렸잖아. 이제 음미를 해야겠다. 이거 너무 맛있는데 하고 접시를 보니 없는거야. 약간 쫀득하면서 맛있더라, 갓 구워서 그런지 부스러기도 없고. 하하, 그게 너의 생각이었구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따듯했다. 그는 아마 단번에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혼자서 웃고 있었겠지. ‘이 정신을 또렷하게 만드는 추위를 네가 나른나른하게 풀어주었구나.’하고는.
“그래도 주방장 아저씨 실력이 아니면 어림도 없었을꺼에요. 그냥 제가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메론빵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정말 똑같이 아니, 더 맛있게 만들어주시던 걸요?”
너무 그의 칭찬이 기뻐, 기쁨을 다른 것으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얼굴에 저절로 생긴 미소를 지울 수 없었으니까.

시험을 아무리 잘봐도,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생기지 않던 미소였다. 내가 한 것을 남이 알아주는 기쁨이랄까. 그것도 제일 듣고 싶었던 사람에게 들으니 얼굴 근육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을까. 그는 웃으며, 그러니까 메론빵 더 있니, 라며 웃으며 내 옷깃을 흔들며 이야기 했지만, 역시나 나의 미소는 멈출줄 몰랐다.
“네? 넵, 한번 보고 올게요. 흐흐”
“음…, 나이들수록 몸 관리가 필요한데…….”
그의 혼잣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얼른 주방으로 뛰처들어가 스프를 휘젓고 있는 주방장아저씨에게 힘찬 미소를 보여주었다.
“쉐프, 쉐프! 오늘 대박인거 알죠?”
순간 등장한 나의 모습에 주방장아저씨는 아빠 미소를 짓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 귀염둥이 아가씨 덕분이지.”
“헤, 뭐가요. 이게 아저씨 빵 실력이 좋아서 그런거라니까요. 아, 쉐프. 메론빵 더 있어요?”
“짜식. 메론빵 마지막 하나다.”
“오케바리! 쉐프, 오늘 메론빵 고마워요.”
나는 아저씨에게 싱글벙글 웃으며 메론빵을 갖다주었다. 그런데, 아저씨도 내가 주방에서 했던 말을 들을 것일까, 그렇게나 내 목소리가 컸었을까?
“이 메론빵, 내 생각에 정식 메뉴로 올려도 될거 같아. 커피랑 같이 먹으니까. 딱 좋구. 인기도 오늘 좋았잖아?”
그의 말에 순간 세상을 다가진 기분을 느꼈지만, 이런 곳에서 그런 행복을 느끼는 이상한 여자로 보이긴 싫었다. 그래서 엄청난 표정관리를 했지만, 역시나 새어나오는 미소는 막을 수 없었다.
“그쵸? 그쵸?”
“응. 그리고 주변을 보니까, 은근히 빵이랑 스프먹는 사람도 많네. 정말 좋은 생각을 한거 같아.”
그에게도 나의 미소가 비쳤을까, 마치 웃는 아기를 보고 웃는 행복한 웃음을 나에게 지어주었다.



그렇게 하루는 또 지나갔다. 그날 스프까지도 모두 떨어져, 주방장아저씨에게 졸업하면 같이 동업해야겠다라는 칭찬까지 듣고 지나간 하루였다. 비록 힘든 월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어두운 밤이 되면 끝나는 알바지만, 공부에 답답해진 머리와 가슴을 맑게 만들어 더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충전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 돌아올때면, 이런 충전의 하루 속에서 끝내지 못한 숙제들이 책상위로 쌓여있다. 복습과 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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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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