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속의 아이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8. 23:20

피아노 속의 아이
 


웃겨.


너무나도 웃긴단 말야.




그는 너무나도 웃겨.


하지만 나는 아무도 못 웃기지. 헤헷,


사실 나는 특별한 세상 속에 갇혀있거든.


어떤 세상이냐고?


후훗, 그럼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도 말고 웃지도 말아줘.


이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진심으로 하는 거짓말은 아니란 뜻이야.


헤헷,


나는 말이지.


피아노의 요정.


즉, 피아노 속의 신이야.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피아노의 신이지.


얼마나 아름답냐면, 나의 연주에 모든 사람들이 끔벅 죽어.


후훗, 그건 모두 나의 매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지. 암, 그렇고 말고!


... 그런데 말야, 요즘 무언가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음... 뭐랄까.


그래! 날마다 내가 웃는 거야.


내가 웃는다고, 어떤 음악가의 재미난 음악소리에도 웃지 않는 내가, 그것만 들으면 웃는 거야!


어때? 정말 이상하지 않아?


하하하하! 지금 생각만 해도 그건 아주 웃기다니까!


그래, 그 웃긴 이야기의 처음은 아마 그의 조그마한 손에서 시작되었을꺼야.




조그마한 손.




조그마한 손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 아마 치기도 힘들텐데, 그 조그마한 손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는 듯, 건반을 두들겼지.


맞아! 그때부터였어. 다시 생각하니까, 확실해졌는걸?


그래, 그 조그마한 손이 건반을 두들겼지.


그리고.


나는 그 멜로디에 따라 움직였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피아노 소리는 텅 빈 느낌이 나거든.


뭐, 그래서 텅 빈 느낌을 싫어하는 나는 그에 따라 움직였지.


그런데, 그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것도, 못 치는 것도 아니었어. 뭐, 굳이 따지자면 조금 못 치는 정도?


그는 누구나 2~3달 정도면 익힐 수 있는 재즈곡을 쳤지. 매우 흥겨웠어. 하지만 중간 중간 음이 틀렸지. 그래, 그래도 그는 그냥 그대로 쳤어.


매우 신나게 말이지.


이상해.


이상하단 말야.


나는 이상하게 그 틀린 그 음악이 너무도 좋고, 신나는 거야.


그래, 그때 그도 그런 자신을 보고는 웃었지.




                             
그 순간.




그는 악보를 보는 건지 안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막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흥겨운 재즈의 냄새는 그대로 이어갔지.


아주 맛있는 냄새, 간지러운 냄새, 박하향의 냄새.


그는 시원한 재즈를 쳤어.


물론 악보는 이미 무시한 체로.


그래, 그 간지러운 냄새에 나는 중독이 되고 만거야.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그 냄새- 흐응, 나는 그의 재즈에 중독이 되고 말았지.


아이는 아름다웠어.


정말이야.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에 자신을 모두 쏟아 붓는 듯, 아이는 최선을 다해 건반 하나하나를 즐겼지.


지금까지 들어왔던 똑같은 음악과 똑같은 박자와 똑같은 느낌을 바꾸는, 그것은 정말 혁명이었어.


그래, 나에게 그건 매우 큰 혁명이었지. 또한 그 혁명의 주인공이 조그마한 손이라는 것부터가 말야.


그래서인지,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매일 똑같은 세상에서 나를 구해준
                                                        나의 백마탄 왕자님인 그를.


이제 나는 똑같은 피아노 속에서 똑같이 움직이지 않아도, 똑같이 춤을 추지 않아도 되는, 정말로 살아있는 요정이 된 거야.




...그는 나에게 자유였어, 아주 커다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세상을 즐기는 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다만 넌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미 이 사회의 틀안에 구속되어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그것 뿐이야.





                                                                                                                                                               

 고 1 8월달이니까, 땡볕아래서 더운 기운을 마구마구 느끼며 쓴 것으로 예상됨...

당시에는 그냥 '내가 정말로 소설을 즐기듯이, 마치 이 자판(?)을 피아노 치듯 써보자' 라는 결과

정말로 피아노 이야기가 됨.

음, 아마 이때는 이 소설에 이렇다 할곡은 없었는데,

요세 재즈를 즐겨 듣다 보니, Eugen Cicero Trio - Rokoko Jazz Menuetto 앨범에서 반짝반짝 작은별이랄까요, je maman K265 WAMorzart (맞나?)가 이 글에 어울리더라구요(미리듣기는 yes24에서 검색하시면 나와요, 들어보시면 정말 엘범 구매욕을 올린다..랄까..)

그래서 다감각소설이라는 타이틀로 음악과 같이 올리려고 했지만, 저작권 때문에 패스.






덧, 현재 대입은 저 이야기에서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왕자님은 시시한 연주가가 되었다. 그리고, 거지가 된 왕자님은 다시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멜로디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뭐 간추리자면 대충 이정도?




덧 2, 짧고 허무한 것은 갑자기 '어? 무언가 온다!' 하면서 행복한 기분이 충만해진 상태로 쓰다가 효력이 중간에 떨어져 발생. 덕분에 초 단 편. 또한, 아무 설정, 구성등을 생각하지 않은 상태로 5분정도의 시간안에 쓴 것이라, 지금 저것을 이어 쓰려해도 그 때의 생각이 잘 나지 않음. 덕분에 마지막 10줄 급히 작성해서 올림.......그 결과 허무... ㄱ- (쓰고 보니까 실제로 내용이 따로 놀고 있다.....킁..)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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