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속의 아이...............................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8. 23:22

웃겨.

너무나도 웃긴단 말야.

그는 너무나도 웃겨.

하지만 나는 아무도 못 웃기지. 헤헷,

사실 나는 특별한 세상 속에 갇혀있거든.

어떤 세상이냐고?

후훗, 그럼 내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도 말고 웃지도 말아줘.

이건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진심으로 하는 거짓말은 아니란 뜻이야.

헤헷,

나는 말이지.

피아노의 요정.

즉, 피아노 속의 신이야.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피아노의 신이지.

얼마나 아름답냐면, 나의 연주에 모든 사람들이 끔벅 죽어.

베토벤도, 모차르트도, 바흐도 모두 넘어갔지.

후훗, 그건 모두 나의 매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지. 암, 그렇고 말고!

... 그런데 말야, 요즘 무언가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음... 뭐랄까.

그래! 날마다 내가 웃는 거야.

내가 웃는다고, 어떤 음악가의 재미난 음악소리에도 웃지 않는 내가, 그것만 들으면 웃는 거야!

어때? 정말 이상하지 않아?

하하하하! 지금 생각만 해도 그건 아주 웃기다니까!

그래, 그 웃긴 이야기의 처음은 아마 그의 조그마한 손에서 시작되었을꺼야.

조그마한 손.

조그마한 손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어. 아마 치기도 힘들텐데, 그 조그마한 손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는 듯, 건반을 두들겼지.

맞아! 그때부터였어. 다시 생각하니까, 확실해졌는걸?

그래, 그 조그마한 손이 건반을 두들겼지.

그리고.

나는 그 멜로디에 따라 움직였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피아노 소리는 텅 빈 느낌이 나거든.

뭐, 그래서 텅 빈 느낌을 싫어하는 나는 그에 따라 움직였지.

그런데, 그는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것도, 못 치는 것도 아니었어. 뭐, 굳이 따지자면 조금 못 치는 정도?

그는 누구나 2~3달 정도면 익힐 수 있는 재즈곡을 쳤지. 매우 흥겨웠어. 하지만 중간 중간 음이 틀렸지. 그래, 그래도 그는 그냥 그대로 쳤어.

매우 신나게 말이지.

이상해.

이상하단 말야.

나는 이상하게 그 틀린 그 음악이 너무도 좋고, 신나는 거야.

그래, 그때 그도 그런 자신을 보고는 웃었지.

                                    그 순간.

그는 악보를 보는 건지 안보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막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흥겨운 재즈의 냄새는 그대로 이어갔지.

아주 맛있는 냄새, 간지러운 냄새, 박하향의 냄새.

그는 시원한 재즈를 쳤어.

물론 악보는 이미 무시한 체로.

그래, 그 간지러운 냄새에 나는 중독이 되고 만거야.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운. 그……, 냄새. 흐응, 나는 그의 재즈에 중독이 되고 말았지.

아이는 아름다웠어.

정말이야.

아이는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에 자신을 모두 쏟아 붓는 듯, 아이는 최선을 다해 건반 하나하나를 즐겼지.

지금까지 들어왔던 똑같은 음악과 똑같은 박자와 똑같은 느낌을 바꾸는, 그것은 정말 혁명이었어.

그래, 나에게 그건 매우 큰 혁명이었지. 또한 그 혁명의 주인공이 조그마한 손이라는 것부터가 말야.

그래서인지, 나는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매일 똑같은 세상에서 인형같이 춤을 추고 있었던 나를 구해준, 나의 백마 탄 왕자님을.

이제 나는 똑같은 피아노 속에서 똑같이 움직이지 않아도, 똑같이 춤을 추지 않아도 되는, 정말로 살아있는 요정이 된 거야.

                                                                                                             .덧, 원래는 이야기간 긴 이야긴데, 그냥 저기서 내가 이야기를 끊은 것은 허접해서... 으악. 원래 저 요정의 이야기는 길고도 긴데.........덧2, 앞의 글과 마찬가지로Eugen Cicero Trio - Rokoko Jazz Menuetto 앨범에서 반짝반짝 작은별이랄까, je maman K265 WAMorzart (맞나?) 이것과 같이 올려 다감각 소설로 하려 했다만, 저작권문제로 패스. 사실 저 재즈 곡이 이 글에게 무언가를 준 것은 아니지만, 어느날 접해본 이 음악에서의 느낌이 어쩌면 글과 맞지 않을까... 생각인데. 그냥 접지 뭐.

 

 

200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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