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9 2시와 3시사이의 느낌.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9. 00:18

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다. 약간 춥지만, 따듯한 김이 모락모락 나게 하는 차가 필요한 시간. 시원한 촉촉함과 마른 따듯함이 나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가느다란, 나뭇가지의 노래. 그냥 이 행복한 상태가 매일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무언가 가득찼지만, 부족한 느낌. 흐린하늘은 오늘의 기분을 더욱 감싸준다. 얇은 나뭇가지에는 초록잎이 돋아 나있고, 물방울도 맺혀있다. 추운겨울날의 고드름처럼, 물방울은 대롱대롱 나뭇가지를 붙잡고 맑게 매달려있다. 들려오는 아주 적은 멜로디의 맑은 한 여자의 노래는 약간 흔들리며 왔다 갔다 하지만, 보통때였으면 그저 귀가 따가워 꺼버렸겠지만... 이 조용하고 추운, 따듯한, 흐릿한, 밝은, 어두운 나의 방에서. 나의 기분과 노래는 기분을 고요하고 맑고, 흐릿하고, 차분하고, 따듯하게 만든다. 트랙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약간 흐릿한 슬픔의 노래다. 빗속을 지나가는 찻소리도 들린다. 오늘이라는 아니, 지금이라는 분위기가 모든 세상을 차고 따듯하게 만들고 있다. 추운날, 차가운 비를 맞고 들어와 따듯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기분과 오늘의 노래와 오늘의 분위기는 모두 하나로 어우러져, 나의 뇌를 꽉 차게 만든다. 푹신한 오리털 잠바는 행복을 주었고, 차가운 창문에서 오는 차가운 바람은 나에게 따듯함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매마른듯한 고독한 노래는 나에게 행복과 고독함, 사랑, 이별, 어두운 방안의 황금빛 불빛까지도 떠오르게 했다. 차가운 눈오는 날의 불빛은 황금으로, 황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따듯함이 있으니까. 또 트랙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약간 흥겨운, 아니, 흥겨운 느낌이다. 이것도 괜찮다. 차가운 비오는날, 스텐드에 불을 키고 치는 타자의 소리와 흥겨움은 노래와 어울린다. 딱 맞다. 손가락이 흥겨워한다. 나는 키보드를 마구 두들긴다. 노래를 부르는 여자는 엄청 신이 난 것 같다. 매우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이 읽힌다. 그저 혼자 조명을 받으며 별것 아닌 반주에 그녀는 너무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받은걸까? 아니면 갖고싶었던 선물을 받은걸까. 그녀는 너무도 좋아한다. 즐기며 노래를 부른다. 고독한 술집에서 그녀의 노래는 고독하지 않게 울린다. 아마도 그 술집이 일층에만 있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주인장은 안다. 이 술집이 지하에 있지 않고 일층에 있었더라면 이런 분위기도 내지 않았을 거라고. 그녀는 노래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노래에 추임새를 넣는 것도 좋아한다. 그녀의 노래에 악사들은 신이 났다. 자신의 기교를 마구 부린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기교를 다 선보였을때, 여자의 노래가 시작될때, 살며시 들어가 녹아준다. 자신의 악기보다도 여자를 좋아한다. 여자는 신이나서 계속부른다. 그리고 그 노래에 악사들도 조금씩 기교를 부리며 연주를 한다. 앙상블. 너무 좋아 마지막에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노래는 끝이 난다. 트랙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하얀 눈으로 덮힌 숲을 하늘에서 지나가며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여자가 흰색 긴 털코트를 입은체 노래를 부른다. 흰 눈과 그녀의 흰색 털코트는 그녀가 눈인지, 아니면 그녀가 사람인지 구분을 짓지 아니한다. 그녀는 노래를 중얼거린다. 그녀는 좋다. 하지만 그녀는 자연이다. 그녀는 노래를 부른다. 그녀는 눈과 동화가 되었다. 그녀의 노래는 입김과 함께 이 숲을 울린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 한다. 너무도 좋아. 라고 그리고 그녀는 푸른 하늘을 보며 이야기한다. 나, 너무도 사랑한다고 이곳과 너와 나와 우리를. 그녀의 목소리는 천천히 커져온다. 아아 그래, 알아. 너는 이곳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것을, 그래, 너의 보금자리야. 너의 따듯하고 아름다운, 웅장한 너의 보금자리. 그래 그건, 너야. 트랙이 바뀐다. 이번엔 약간 신이 난다. 그래, 이번에는 고요한 흥겨움. 조용히 그녀는 노래를 즐긴다. 즐긴다. 노래를 고요하게 부른다. 점점 입에서부터 나오는 멜로디는 아래로 내려오며 그녀의 손을 움직인다. 천천히 몸도 움직인다. 그녀는 그 흥겨움에 취한다. 흥겨움은 고요하고 활기차다. 그녀는 몸을 흔든다. 아니, 멜로디가 된다. 그녀의 몸은 멜로디다. 그래, 멜로디. 그녀는 흔든다 몸을, 고요하고 활기차고, 아주 흥겹게. 알아. 그녀가 빨간색 브랜디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가 와인잔에 술을 따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그래, 그래서 그녀는 취한거야 흥겨움에. 그래, 그녀는 술에 취하지 않았어. 단지 그곳에 있는 것은 정신을 차분하게 해주고 산만하게 해주는 술. 그리고 멜로디.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이건 믿기지 않는 기분이야. 그녀는 너무도 좋아한다. 그러다가 어머, 멋진 남성분 이 눈오는날 여긴 뭐하러 오셨나요 묻는다. 남성분은 머리를 글쩍이지만, 그녀는 그냥 풉하고 웃고는 놀려준다. 조금더 여자들을 만나세요. 하지만 남성은 부끄러워 아무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녀는 웃는다. 그녀는 여러 가지 말을 하며 웃는다. 그녀는 그리고 즐겁다고 한다. 그녀의 알딸딸한 쾌락이라고 말한다. 다음 트랙. 성스럽다. 이곳은 눈오는날의 교회. 엄청 큰 교회다. 중세시대 기도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곳에서 그녀만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으며. 마치 전도사같이 그녀는 소리를 높이며 앞으로 나온다. 아아, 그녀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안정을 가져다주는구나, 아아, 그녀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신성함을 깨닫게 해주는 구나. 그녀는 손을 높이 든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나온다. 사람들은 길을 천천히 비켜준다. 그래도 그녀는 사람들과 맞닿으며 길을 나온다. 그녀는 이 곳을 하늘에서 올려보는 듯이 말을 한다.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다. 그녀는 그리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녀는 인간이다. 그녀는 신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신성하다. 그녀는 이 모두를 감싸줄수 있다. 그녀는, 모든 이들을 치료하고 모든 이들을 치료하고, 모든 이들을 치료하고, 그녀 주변에는 다들 가슴이 아픈, 몸이 아픈, 머리가 아픈, 눈이 아픈 사람들이다. 그녀는 그들에게 천천히 손을 어루만져준다. 그녀는 스스로 신성한게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신성해진것이다. 그녀는 성인군자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사람들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그녀에겐 의료기술도 없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보살피는 마음. 그것이 모든 치료의 시작이었다. 다음 트랙. 늑대가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늑대소녀. 늑대는 겨울에 눈속에서 입김을 뿜어낸다. 늑대소녀는 늑대를 본다. 그리고, 어느새 늑대소녀는 일어나, 늑대들에게 가르친다. 어때, 어때, 이 멋짐은. 어때, 어때. 우리 한번 놀지 않을래? 어느새 소녀는 모던한 옷을 입고, 늑대를 가르치고 있다. 빨간망토를 두른 소녀. 늑대와 논다. 그리고 말을 한다. 늑대를 가르친다. 늑대는 소녀의 말을 유심히 듣다가 맞장구를 쳐준다. 늑대가 말을 한다. 소녀는 당연하게 받아드린다. 어때, 어때, 글쌔. 글쌔.
하지만 소녀는 늑대를 신경쓰지 않는다. 이곳은 멘하튼. 소녀는 당당하게 걸으며 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오늘의 기분은 소녀의 기분은 정말 행복하다. 소녀는 주변의 파티의 소리를 트럼펫소리 삼아 길을 걷는다. 모두들 소녀를 축복하고, 소녀의 거대한 파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은 소녀는 기분이 너무 좋다. 소녀는 거리를 마구 뛰어다닌다. 소녀는 이 곳을 즐길줄 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소녀는 길을 걷는다. 앞에서 파란 사탕의 마녀가 나왔다. 하지만 그녀도 소녀의 파티를 즐기러 왔다. 다들 소녀를 좋아한다. 파란 마녀들까지도 소녀를 너무나 좋아한다. 맞아. 그래, 나를 사랑해라. 사랑해 줘서 고마워 자. 그럼 우리 다시 파티를 시작해볼까. 소녀는 춤을 춘다. 다들 춤을 춘다. 절제된 춤. 다음 트랙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여린소녀의 노래. 아까와는 전혀 다른. 습한 동굴에서 부르는 노래. 동굴을 울리는 소리. 그 동굴밖에 하얀세상에 까지도 그 소리가 울려퍼진다. 소녀가 왜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는 모른다. 따듯한 동굴에서 바깥의 눈오는 세상에 자신의 따듯함을 전해준다. 고독한 따듯함. 누구라도 이곳에 와주세요. 저는 너무나 슬퍼요. 사랑하고 싶어요. 아직 사랑을 하고 싶은 나이인걸요. 누구라도 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주세요 저는 너무나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래요. 저는 고독한걸요. 하지만 약간은 따듯해요. 그러나, 혼자는 너무나 고독해요. 그 고독함을 이해해 주실분 없나요? 이곳은 너무도 축축해요. 사랑을 원해요. 그대의 입술을 원해요. 하지만 나는 갈수가 없죠. 그래요.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트랙은 바뀌었다. 소녀는 컸다. 어느새 소녀는 따듯한 집에서 다 큰 어른이 되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아직도 고독하다. 소녀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쓸쓸하진 않다. 소녀의 옆에는 난로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소녀는 허전하다. 따듯한 공기가 주변에 가득 찼어도, 소녀의 주변은 허전했다. 소녀는 애플파이를 한다. 그래, 이 달콤함이 나의 사랑의 달콤함을 떠올리게 하겠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야. 애플파이의 달콤함은 순간적인 거니까. 하지만, 너무도 달콤해서 녹아버릴 것 같은걸... 사과에서 달콤한 물이 나왔다. 빵을 적셨다. 그래, 너무도 사랑스러워. 이 빵은. 어느새 그녀는 취했다. 뭐 어때, 이정도는 먹을 수 있는 것 아냐? 그녀의 술주정이 심해진다. 아, 더 술을 가져와! 오늘 한번 즐겨보는거야. 그녀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은 간단한 거라고. 애플파이와 위스키 좋은 조합이야. 맥주도 마시고 싶고, 사과주도 마시고 싶은데, 아! 사과주가 있을까나, 그녀는 선반을 뒤진다. 아아아아, 여기 여기 하나 있네. 그래 이 사과주 맛있어. 그래 달콤하지. 너무나, 행복한 달콤함. 그것은 애플파이보다 오래갈꺼야. 그래, 난 알지. 그래서 나는 이 사과주를 따서 마셔버릴꺼야. 그래, 좋은걸. 아, 달콤해. 우리의 사랑만큼. 나는 정말 행운을 잡은거야. 그래, 이런 사과주의 달콤함은 오늘 하루종일 갈테니까~. 다음트랙. 피아노는 재밌다. 마구 쳐도 나의 맬로디가 잔잔하게 울린다. 그러니까, 나는 이걸좋아해, 재즈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피아노의 소리는 너무도 좋아. 그래, 이것봐 지금나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잖아. 지금은 흥겹고도 조금은 그래. 그래, 흥겹지만 사랑하는 이가 아직 집에 오진 않았지. 그러나, 나는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기분이 좋은 걸. 알잖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을. 알잖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저녁의 온기를. 알잖아?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을. 우리는 더욱 따듯하지. 그래, 이 따듯함은 한순간이 아니야. 그런데 있잖아, 어떻게 되는 걸까, 나중의 이야기는 나중의 이야기는 어떻게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까. 내가 죽거나 그가 사라지면, 루루루루루룰. 신경쓰지 않아. 그 두려움을 저 멀리 내던져 버리지. 뭐 어때, 어차피 지금 이렇게 행복하며 되는 거 아냐? 어때 나의 손가락기교가 나의 피아노는 흥겨워.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행복할 때. 나는 이 피아노 소리를 멈추지 않을래.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몰라도 나는 너무나 이게 사랑스럽다고 생각해. 안그래? 안그러냐구. 하하, 나는 멈추지 않아. 그래 나는 걸어가지 당당하게 그래, 나는 기억해 모든 걸. 그래, 나는 걸어가지. 저길봐 너무 멋지지 않니? 그래, 나는 당당해. 아직 행복의 정점에 있으니까. 그러나, 매일 그런 것은 아니야. 알잖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꼭 행복할때가 있지는 않는다는 법. 하지만 나는 생각해, 아직 너무나 행복하다고, 그러니까 태클은 걸지 말아줘. 나는 사랑을 즐기고 있으니까. 그래, 나는 사랑을 사랑해. 그래, 나는 너무도 지금이 좋지.......
다음트랙. 기타? 응? 이 선...띵띵... 띵띵.. 띵띵... 띵띵...띵띵...띵띵...... 한번 만져 볼까.... 음, 음... 아아. 천천히 이 눈이 내리기 전의 쓸쓸함부터 이야기 해볼까. 봄의 이곳은 아직 풀들이 막 자랄때였지. 하지만, 아무 비도 내려주지 않았어. 그래, 땅은 슬퍼했지. 하지만 땅이 매마르진 않았으니까. 아직은 섭섭하기만 했어. 여름에는 비가 너무도 많이 오더라, 그런데 알잖아 너무 많이 오는 비는 좋지 않다는 걸. 물론 홍수는 나지 않았지만, 정말 섭섭했어. 봄의 비는 내려주지 않고 여름에는 너무 내려주었다고. 가을이 되었어. 가을을 알다 싶히 모든 풀들이 죽는때지. 그래서 풀들은 땅과 같은 갈색이 되어갔어. 땅과 풀들은 동화되었어. 하지만 땅은 무척이나 섭섭했지. 자신의 위에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저 이제 올 겨울은 자신마저 얼려버릴꺼라고, 알아. 이 차가움이 무엇을 말하는지. 동면. 나는 아마 겨울내내, 잠만잘 듯 싶어. 하지만 한번쯤은 겨울도 느껴보고 싶은데, 그렇지 않아? 않아? 나는 사실 겨울을 사랑하는 데 말야. 아무 동식물들이 오지 않는 이곳에서.
다음 트랙. 나는 걸어갔어. 갈대 사이를 걸어갔지. 그 앞에는 갈대 밖엔 없더라... 갈대는 앞에 있었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져나갔지. 알아....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축축하게 축축하게, 축축하게, 축축하게, 축축하게... 갈대는 비에 젖어 무거워졌지. 갈대를 해쳐나가는 나의 손은 점점 지쳐갔고, 빗물은 나의 옷을 무겁게 적셔버렸지. 나는 걸어갈 힘조차 느끼지 못했어. 하지만 걸어가야 한다는 건 알았지. 그리고 아직 내가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그냥 나는 갈대 숲 사이에 축 늘어진체로 서 있었던 것 뿐이었어. 갈대. 갈대가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있어. 빗물이 갈대가 되고 갈대는 나의 몸을 잡아 끌었어. 나는 갈대를 해쳐나갔지만, 갈대는 매번 나의 앞길을 막으며 끝없는 갈대밭만을 보여주었지. 사실, 나는 이 방향으로 가는게 맞는건지 의심스럽기도해. 하지만 한번도 나는 뉘어져 있는 갈대를 보지 못했기에 그냥 걸어가는 거야. 그래, 걸어가는 거지. 어딘지도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걸어가. 천천히. 걸어가지. 무겁게 다리를 질질 끌며, 비에 온몸이 홀딱 젖어 아무 의미없이 걸어가기만 하고 있어 이곳의 끝이 어딘지를 볼려고, 그래, 점점 물을 차올라. 어느새 나의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지. 갈대도 이제는 머리 밖엔 보이지 않아. 하지만 아직도 길을 모르겠어. 길을 보여줘! 소리를 지르지만, 누구하나 답해주는 사람이 없지. 그냥 나는 갈대를 해쳐 지나갈 뿐이야. 천천히 지친 몸을 이끌며. 이곳이 어딘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면서, 마냥 갈대 숲을 지나, 몸을 밀어 밀어 가고 있어.................................








2009. 11. 29 오후 2시와 3시사이에 느낌/나윤선 - Reflet 앨범을 통으로 들으며/흐린 비오는 오후에 어두운방. 불이 들어온 스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