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겁이 많다.
하지만 소녀의 연기에는 겁이 없다.
소녀는 필사적으로 가면을 쓴 체, 그것이 벗겨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살짝이라도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면 그 모든 것이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그 상태로 곧장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소녀는 더 대담하게 연기를 하려 한다.
그러나 그 공백 공백. 가면과 얼굴 사이에 존재하는 끈적이는 괴생명체.
그것은 그녀의 연기에 공백을 준다. 진심인 것 같지만, 진심이 되지 않는... 단지 진심을 따라하는 연기.
그것은 일시적 진심일 뿐, 마음 근처에 다달아 그냥 마음의 문만을 바라본 체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연약하기에, 아직은 견뎌낼 수 없기에 쓴 가면이 조금씩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괴생명체는 소녀의 연약함을 알고 있기에 더욱 신이난다.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자신의 얼굴을. 단지 짧은 단편적인 이야기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만다.
긴, 긴 이야기를 생각치 않으며. 단지 지금이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룬 최종적인 도착지인양...
결국 가면에는 실같은 금들이 거미줄처럼 퍼져 가면을 깨뜨린다.
그리고 세상과 조우하게 되는 괴생명체.
200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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