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소년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9. 06:12

소년은 심심했다.
자신과 놀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소년은 심심했다.
검은 고양이가 세상을 휘저어 만들어 놓은 저녁에도, 사실은 새들이 날아서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푸른 하늘 아래의 오전에도...
소년에게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소년은  외톨이였다.
어느날 소년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랑 놀아줘.'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모두 소년의 말에 그냥 씽긋 웃고만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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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무서웠다. 그들의 웃음이 너무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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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그들이 소년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자신이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아서 투명해진 거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점점 투명해졌다고 생각했다. 들리는 것은 소년의 말소리뿐, 그래서
사람들이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냥 지나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울었다.


"으아아아아아앙!!!"

너무도 슬피, 구슬프게 소년은 울었다.


그러나, 이 불행한 소년은 어느덧 자신의 울음소리마저 서서히 옅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소년은 점점 사라지는 걸까? 소년은 겁이 났다. 소년은 뛰어갔다.

'아빠, 아빠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까, 나를 구해줄지도 몰라.'

소년은 곧장 아빠의 서재로 숨어들어갔다.

'아빠는, 나를 구해줄꺼야. 하지만 아빠는 밤늦게 오는걸... 그러면 늦지 않을까? 늦어서 내가 완전하게 투명해지는게 아닐까? 그러다가 목소리까지 모두 투명해지면, 아빠는 나를 찾지 못할꺼야'

소년은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책장 사이에 앉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느리게 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시간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안돼!"

소년은 집안을 뛰어다녔다. 아무도 없는 집안을 한참이나 뛰어다니고서는 다시 서재로 들어가서 아빠의 책상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사라지지 않을까?'

소년은 차근차근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덧,

"아!


그래!"

하고 소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림자.
언제나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신기하게도 그림자는 투명해지지 않았다. 해가 뜨면 뜰 수록 그림자는 진해졌고, 해가 지면 그림자는 무척이나 진해져 세상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세상을 뒤덮으면 자신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게 되는 법.

소년은 다시 실망했다.

그리고 무서움에 사로 잡혔다.

자신이 점점 닌가 하고...


그러다가 소년은 책이라도 봐야 겠다고 결심을 했다. 아빠가 말하길 세상에 모든 지식은 책안에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소년의 투명화도 책이 고쳐줄 것이다.



소년은 책장을 뒤졌다. 하지만 어려운 글들과 알아 볼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가득할뿐, 소년이 투명해지지 않을 방법을 써놓은 책은 한권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서재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가 발견한 하나의 동화책.


제목은 '사라지지 않는 소년'이었다.



사라지지 않는 소년.







소년이 책을 펼친 순간, 책이 말했다.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건 없어. 다만 그게 길게 남느냐, 짧게 남느냐가 그것을 영원처럼 보이게 하거나 아니면 존재 자체마저도 없애 버리는 거지."

"그럼, 세상에 영원한건 없는거야?"

"그래."

책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영원한게 필요하기도 해."

소년은 책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 우리 엄마, 아빠, 나의 멋진 테디베어정도는 영원했으면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덫이야. 위험한 덫이지. 겉만 말짱한 썩은 사과 파이란 말야. 영원을 기약을 한다면 그건 저주가 될 수도 있어."

"저주?"

"그래. 저주. 아주 지독하지."

소년은 궁금했다. 과연 그 저주가 무엇이길래 이러는걸까. 하고.

하지만 책의 말이 다시 시작될 쯔음에 누가 소년을 불렀다.




그리고 이내, 소년은 잠에서 깼다.




서재에서 졸고 있었던 소년.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소년의 아버지는 환한 표정으로 소년을 맞아주었다.




















이글루스 가든 - 영화 제목으로 글쓰기 15제

 

201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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