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Panic's torso

감상나열 3

카테고리 설명
오글거림이 많은 블로그. 하이퍼텍스트, 공동창작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소녀는 겁이 많다. 하지만 소녀의 연기에는 겁이 없다. 소녀는 필사적으로 가면을 쓴 체, 그것이 벗겨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살짝이라도 자신의 얼굴이 보인다면 그 모든 것이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그 상태로 곧장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소녀는 더 대담하게 연기를 하려 한다. 그러나 그 공백 공백. 가면과 얼굴 사이에 존재하는 끈적이는 괴생명체. 그것은 그녀의 연기에 공백을 준다. 진심인 것 같지만, 진심이 되지 않는... 단지 진심을 따라하는 연기. 그것은 일시적 진심일 뿐, 마음 근처에 다달아 그냥 마음의 문만을 바라본 체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연약하기에, 아직은 견뎌낼 수 없기에 쓴 가면이 조금씩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괴생명체는 소녀의 연약함을 알고 있기에 더욱 신이난다. 언젠가는 ..

  • 세상의 멸망을 타오르는붉은 빛 노을 아래가 아닌, 새파랗게 푸른 하늘 아래에서 맞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파란 레몬의, 그푸른 빛깔 향내가 가득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푸른 잔디위에서. 아무 미련없이 차가운 바람에 그냥 몸을 맡기고는 푸른 빛깔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눈조차 시리게 만드는 하늘을 바라본다. 이것저것 사소한 강박관념과 헛된 꿈, 그리고 나를 구속해 왔던 이상한 짐들. 나는 그것을 파란 잔디위에 내려놓고는 이리 생각하겠지. '정말 기분 좋은 푸른 빛깔 삶이었어...' 그냥 하나의 단색으로 정리되는 삶. 깔끔하고도 미련 따윈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그냥 지금 이 푸른하늘 아래, 푸른 잔디 위에서 세상의 멸망을 겸허히 받아 드릴 수 있는. 그런 푸른 빛 삶. 청아한 물의 속삭임처럼. 파란빛..

  • 비가 오는 날은 힘들다. 마음과 몸이 비내음에 젖어 재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이고 싶던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싶었던 몸도... 어느새 그냥, 담배 한 개피를 찾게 된다. 그냥 자리에 누워 비내음을 맡고는 모호한 담배 연기 속에 나를 가둔다. 작은 불빛. 빗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나의 시선을 이끈다. '뭘까? 뭔데 이 빗속에서 빛나는 거지?' 나는 젖은 몸을 이끌고 밖을 내다본다. 작은 불빛. 그 하나가 조심스래 깜박이고 있다. 슬피우는 빗방울을 후드득 후드득 맞으며 빛은 꺼져간다. 점점 그 주기는 짧아져간다. 안타깝다. 가서 껴안아주고만 싶다. 비에 젖어 춥게 떨고 있는 작은 불빛. 잡고 싶다. 노란 우비의 꼬마가 종종 뛰어간다. 웅덩이를 넘고, 다리를 넘고, 차를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