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의 빨간 버튼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2017. 10. 19. 06:28

  가끔씩 소화전의 빨간색 버튼을 너무나도 누르고 싶어,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가 있다.

  지독한 심해의 끝을 느끼는 것일까,

  지독한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일까.

  아무도 나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준 적이 없었고, 어느 교과서나, 어느 책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나 기준선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훗날 생각해보면, 그건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교과서나 어떠한 조언없이 나 스스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되는 상황.

  누군가 나의 감각을 마비시킨 듯 나의 머리엔 열이 둔하게 올라있었고, 나의 눈에는 그저 그 한 사건만이 박혀, 나는 주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얼버무렸고,

  그 결과 그 얼버무림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 나에게 명확한 해답을 찾지 않았던 것에 대한 죄를 물었었다.

  그나마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그 아저씨와 대화를 시작하고부터였다.
  그는 상냥했다. 아니, 연장자에게서 나오는 삶의 지혜였거나, 아들, 딸을 바라보는 가장의 입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나에게 상냥했고, 나의 미세한 변화를 잘 눈치채주었다.

  아마, 그 작은 일들에서부터 시작되었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어쩌면, 이 큰 사건도 눈치채주지 않을까 하고.


...


  역시나 는 그런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그는 나의 변화를 눈치채고는, 소리 없이 조용히 나를 보듬어주었다. 그가 가르쳐 준 지혜는, 나에게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 힘이 되었고, 언제나 아무도 찾지 않는 월요일 저녁의 커피숍에서 그는 나의 말 상대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가끔씩 이 일을 하면서, 또 세상을 살면서 느끼곤 한다. 과연 어른이란 무엇일까.


  태연한 것? 책임을 지는 것? 나이를 먹는 것? 경험? 과연 어떤 것들로 우리는 어른이라는 것을 정의내리고,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나이가 먹더라도, 애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인데도 어른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또 이 부분은 너무나도 어른스러운데, 다른 부분은 너무나도 애 같은 사람도 있다. 과연 나는 어떤 것을 어른으로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일까. 내가 단지 고등학생이라 못 느끼는 것일까? ...하지만 예전에는 이 나이 때면, 이미 어른이었는걸...

  나는 가끔씩 아저씨를 생각하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어른이란 건... 도대체 뭘까. 어른이란 건, 그저 보이지 않는 환상을 지키며 사는 아이가 아닐까...

딸랑.

  눅눅한 하루와는 대조되는 맑은 종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그는 갑자기 나타나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는 여유를 즐겼고, 그 즐김에 끝자락에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멋쟁이 아저씨네요”
  하지만 아직 어른에 대한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아직 이야기의 처음이었고, 아저씨가 생각하는 나는 언제나 그런 깊은 걱정을 하지 않는 소녀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1. “오늘은 멋쟁이 아저씨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2. “커피맛은 어때요?”

3. "아저씨. 오늘 조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누구나 이어 쓸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릴레이 소설의 일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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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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