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스트 소설]가을 바람 속 선택문항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2017. 10. 19. 06:34





  그저 기분 좋은 하루였을 뿐인데, 그것을 체 음미하기도 전에 하루는 지나가버린다. 기분 좋게 씻고 앉은 침대위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오늘의 행복한기분이 차가움 속에 녹아 아련아련하게 마음속을 따듯하게 만든다. 그저 하루의 행복한 시간을 잠시 가졌을 뿐인데, 오늘의 24시간 중에 고작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 너무나도 하루가 기분 좋아지고 오늘 하루를 하루답게 산 느낌이다. 더 느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오늘의 행복함이 자고일어나면 끝날 것 같아 왠지 잠자리에 들기가 싫다. 오늘 같은 날은 뭐라도 하고 싶다. 어떤 음악에 취해 가을밤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그림에 취해 그 그림을 천천히 뜯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따듯해지는 글과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간의 소설은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기분이자, 새로운 음식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후의 후식 같은 거랄까, 소설책을 하나 집어 그 안에 푹 빠져 여러 달콤함을 맛본다. 기분 좋은 바람 속에 레몬의 상큼함도, 오렌지의 풍부한 향도 느껴진다. 떫을 것만 같던 자몽은 너무나도 달달하고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딸기의 상큼함은 저 멀리 달처럼 생긴 복숭아의 과즙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새 복숭아 통에 빠져 그 달콤함에 온몸을 적시고는 소설책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너무나도 달콤한 향이 배어있는 몸 구석구석이 마음의 따듯함을 이어나간다.
따스함이 온몸을 돌고 도는 것만 같다. 항상 삶이 이랬으면, 수많은 시간 중 단 몇 분이라도 좋으니, 매일같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오늘의 그를 느끼며, 교과서를 핀다. 하루의 달콤함을 살살 녹여 책에 살짝 찍어본다. 길게 늘어지는 달콤함을 한입 물고는 지루한 교과서에 색을 넣는다. 문제지에도 색을 넣고, 왠지 모르게 지문을 꼼꼼히 곱씹으며, 평소와 다르게 그 문제에, 그 이야기에, 그 《보기》에 미소를 짓는다.
  점점 색이 입혀지고 달콤함과 서로 살아 움직이는 지문들은 서로가 맞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일 신빙성 없는 녀석에게 딱지를 놓고는 다른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응, 응. 맞아, 맞아. 하지만 어디선가 주장에 힘이 없는 녀석은 정체가 탄로 나고 한명씩, 한명씩 의자에 앉아 꿍하게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
어느덧 시간을 보니 2시 반. 너무나도 늦었다. 이불 속에 폭하고 들어가 가을바람 사이로 따스함을 느꼈다.


  언제나 학교를 가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무거운 몸과 떠지지 않는 눈, 잠시 딴 생각이라도 했다 치면, 10분씩 지나가 있는 이상한 타임워프의 세계. 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시간의 마술 속에 빨려들어가, 아슬아슬한 시간에 모든 것을 다 준비한다. 하, 이제 등교도 시간도 9시로 바뀐다는데, 아직 우리 학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어느덧 찾아온 인간이 가장 배고픔을 느끼는 오전 쉬는 시간.





1. 매점을 간다.
2. 매점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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