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RomanticPanic
비오는 날의 세상은 오래된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을 흐리멍텅하게, 자세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가로수에 비치는 빗줄기는 어린아이가 색칠해 놓은 동화 속 세상 같고, 땅에 고인 웅덩이들은 기름이 펄펄 끓는 용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들은 해가 있을 때보다 선명하게 색을 들어내었고, 그들이 비추는 빛은 누군가가 손전등을 비추듯 길다란 원뿔모양으로 세상을 퍼뜨렸다. 온몸을 때리는 점과 같은 차가운 액체는 나의 몸을 조그맣게 미친 듯이 울렸고, 그것들은 땅에 떨어져 소리없는 액체로 되어 버렸다. 가끔씩 그들의 그 소리 없음이 모여, 작은 음악을 만들었고, 그것은 곧, 무척이나 그리운 마음으로 변해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런날은 이상하게도 피부는 차가운데, 가슴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