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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 감정의 나열

주름

 

 

  큰 주름 사이로 보이는 가느다란 여러 잔주름들. 그리고 그곳에 드문드문 피어난 검버섯들.

  나는 괜스레 손으로 그 주름을 살짝 만지다가도 혹여나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혹여나 불편한 곳은 없는지, 이곳저곳 탐험가가 된마냥, 구석구석 살핀다.
  하지만 그저 그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태곳적부터 느껴왔던 따듯함뿐. 그 손을 만지다보면 한없이 편안해지고 따듯해지지만, 언제부터가 자꾸만 눈에 띄게 늘어가는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고 있자니, 세월의 바램과 쇠해버린 젊음이 보여 가슴만 더욱더 쥐어짜듯 아파온다.
  그 주름 하나가 만들어질 때까지 그 살은 수없이 접히고 굽히며 그 존재감을 확인했겠지.
  그저 한없이 내가 좋았던 그 손은 이제 보여지는 슬픔으로, 보여지는 따듯함으로, 더욱더 그 손을 간절히 원하게 만든다.

  수없이 웃고 울었던 그 얼굴엔 그저 내가 만든 주름들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주름들이 여러 형태로 자리를 틀어 어제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당신의 삶을, 당신의 인생을 그저 조용히 묵묵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라는 말은 너무나도 끝자락의 말인 것 같아 나오지 않다가도 고생으로 끝내면 안된다는 생각에 꿀꺽 삼켜 뱃속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는 이제는 당신 삶의 연대기가 된 주름을 하나씩 뜯어보며, 스스로의 과거를 질책하며, 그 동안 아무 말 없이 감싸 안아 준 당신에게 너무나 큰 사랑을 느낀다. 너무나도 어렸을 적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지도처럼 확연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스스로 지독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 지도가 조금 더 평안했으면, 그 연대기가 더 행복하셨더라면 하는 생각에 다시 당신의 그 손을 잡고 계속 쓰다듬는다.
  하지만 오늘도 당신은 그런 나의 손을 보며 그저 환하게 웃어준다. 그리고 당신의 손을 포개어 다시 어린 나의 손을 쓰담아준다. 그래, 나는 당신에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오늘도 당신에게는 나는 한없이 어린아이처럼 보여질 테니까...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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