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RomanticPanic
가을비가 내렸다. 하늘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멀리 보이는 짙은 회색빛 사이로 촉촉한 비 냄새와 더위를 잡아먹는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런 가을비가 어쩌면, 너무나도 지독할지도 모른다. 초록잎을 잡아먹는 차가움에 오늘도 많은 초록잎들이 스물스물 갈색으로 바뀌고 그 갈색 잎들은 결국 점점 진해져, 모든 촉촉함을 빼앗기고 만 후에야 바스락 하고 부서져 사라져버린다. 아주 조그맣을 때부터 초록색이었던 잎은 그저 한낱 가을비에, 그 차디찬 바람에 결국 색을 잃고야 만다. 누가 그 초록색을 가져갔을까. 차가운 비 탓을 해보기도 차가운 바람을 탓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스스로 갈색으로 되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초록색이었던 나뭇잎은 다시 자신의 색깔을 되돌리지 못한다. 그저 그 추억 속의 이야기를,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