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고립

2017. 10. 19. 06:18잡담

이야기의 고립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비문학의 종언은 이야기의 고립을 불러왔다.


이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이어져 내려왔던 오랜 지혜들을 쇠퇴시켰다라고도 할 수 있다.
인쇄술의 등장을 통해 산문 예술의 발달했지만, 그동안 있었던 보고(報告)된 경험과 자신의 경험을 혼합시켜 하나의 삶의 지혜라고까지 불렸던 구비문학이 인쇄술의 등장으로 그 명맥이 끊어져 버리고 있으니까...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재미난 이야기들은 이젠 책으로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책이란 것은 어떠한 지혜도 새롭게 계승하지 못한 체, 현재와 과거의 소통없이 스스로의 세계로 분리시켜버렸다.



덕분에(당연히) 책은 스스로 고독해져갔고, 작가는 그 고독을 업으로 삼았다.



또한 근대사회에 들어서며 유행하게 된 ‘고발’이라는 재밌는 제도의 발달은 이야기를 내면의 문학으로 이끄는데 매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이는 스스로 고독해진 ‘이야기(=책)’에 딱 알맞은 선택지었고, 덕분에 이야기는 더욱더 고독해져갔다.
결국 자아를 찾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린 시대(역설적이게도 유행에 저항하는 차별주의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 자아인데도)에 화석처럼 종이에 굳은 ‘이야기’는 단지 현상을 ‘기술’하는 것에 그친 일방적인 소통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면적 고발의 문학은 사실성이 중요했고, 그 결과 당연히 이야기는 사실주의의 길로 걸어 간 것이다. 때문에 내면적 고발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세세한 느낌까지 책을 통해 전해줄 수 있었지만, 반대로 과거에 있었던 간결하면서도 쉽게 공감대로 이끄는 옛 구비문학의 맛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는 사실 많은 글쟁이들이 생각하는 완벽에 가까운 문학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구비문학은 대단한 예술의 장르 중 하나이다.
‘화자’와 ‘청자’가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고 계승되는 그 과정에서 소멸되고 생성되는 중간중간의 작은 이야기들(혹은 애드리브)은 사회풍자, 계몽에서부터 또 다른 장르로의 변화까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는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를 유행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과도 매우 그 모양새가 흡사하다.
구비문학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일상이자, 변화무쌍한 예술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그런 구비문학은 이제 사라졌다. 세상에서 찾아보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이야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현재와 과거의 소통이 사라진 이야기는 고여있는 물과도 같다. 고립된 이야기. 책에 있는 이야기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5년, 10년, 세월이 흐르며 점점 고립되는 이야기들. 이 답답한 고립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걸까...



덧, 물론 리메이크라던지, 패러디같은 것들로 과거와 현재의 소통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도 곧 고여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냥 저냥 다른 이야기=

지식을 인터넷에서 찾는 이 시대에선 사람들이 점점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가끔씩 ‘생각’이라는 것을 하여 의견을 내 놓아도 그건 보통의 사회이슈 몇가지 뿐이다.
지식의 보고(寶庫)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터넷은 결국 사람들의 단순한 생각까지도 물어보는 바보들의 ‘보고’ 또 보는 바보의 장이 되어버렸다.
생각하는 힘이 약해진 사람들은 선정적인 것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추억을 노래하지 않는다. 흥미를 끄는 이야깃거리나 TV를 보며 쾌락만을 찾는다. 이 시대에 ‘생각하는 이야기’들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why? 왜? 일상속에서 그 물음 하나만 던져도 되는데 말이다...
사실 이는 수 많은 커뮤니케이션의 과포화상태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TV.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포화 속에서 우리는 일일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유래가 없던 커뮤니케이션의 과포화의 시대. 생각할 것들은 너무 많은 데, 생각할 시간은 별로 없는 암울한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덧2, 물론 고여있는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고여 있어야, 발효되어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덧3, 멍청한 머리덕택에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반에 반도 안나온 것 같다..



=이 멍청한 블로그 주인장의 말보다 그냥 참고해서 보면 좋은 책들=
노에 게이치,<<이야기의 철학>>,한국마케팅연구소,2009

박찬국,<<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동녘,2001

 

 

201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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