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2017. 10. 19. 06:19



 


이야기의 시작-> 2.고등학교 이야기-> 1. 아쉽다.  -> 3. 눈을 떠보니, 2000년. 초등학교 1학년, 과거로 돌아가 있다.





어렸을 때의 나는 무언의 압박과 무언의 채찍질로 항상 급하게 뛰어다녔던 것 같다. 항상 나는 앞으로 달려가야 했고, 그 무언가는 항상 내 뒤의 길을 없애버리고 있었다. 마치, 잠시라도 쉬면 저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려는양... 나는 그래서 항상 공부라는 것과 전투를 해야했고, 공식을 외우고, 사람들을 외우고, 시간들을 외우며, 항상 모든 것을 외우며 지내왔었다. 외우는 것이란, 이 전투를 효과적으로 이기는 방법이었으니까.
어느 누구도 나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지 않았다. 이제는 현실을 봐야한다고 했다. 이제 갓 17살이 된 아이에게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라고.
그 누구도 나에게 꿈을 묻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나에게 어떤 것을 하면 좋겠냐고 묻지 않았다. 그래, 아마도 내가 어떤 것을 말한다면 그들은 항상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 더 돈을 잘 벌고 더 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언제나 의문이었다. 도덕책이나, 소설책에서는 꼭 돈이 잘 살 수 있는, 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듯,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 거짓말이기에 소설의 내용을 무시했고, 도덕은 항상 세상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도덕의 내용을 무시했다.
그래서 나는 숫자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고, 숫자가 줄어드는 날엔 자살 충동에 휩싸이곤 했다.
가끔 TV나 인터넷을 할때 보는 고교생 성적비관 자살, 수능과 관련된 자살의 내용을 볼 때는 ‘우리가 참으로 치열하게, 잔인하게 살해를 당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 바닥을 전쟁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전투를 한다. 우리는 승리를 갈구한다. 우리의 세상은 사회, 아니, 세상과 똑같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으로 쓰여진다고, 우리의 역사도 승자의 입장으로 쓰여진다. 승자는 언제나 부자가 된다. 부자는 잘 산다는 것이므로, 행복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상하고 거짓된 무언가가 만든 게임 속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 나약한 녀석들은 살해당했고, 그들의 사인은 언제나 자살이었다.
나는 그때 웃기게도 고등학교 1학년 겨우 17년을 산 녀석이 ‘어렸을때가 좋았지.’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웃겼다. 고작 17년 짜리 인생이.
그것도 떠올리는 추억이라고는 어떤 의미가 있는 대단한 추억도 아니었다. 그냥 어린시절에 색종이를 오리는 기억. 풀을 덕지덕지 바르며 웃고 있는 모습. 그런 것들이었다. 왜일까.
나는 한참을 고민했었다.
왜일까.
나는 의문을 해결한지 못한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물론 대학교도.
그리고 나는 계속 인생을 살아갔다. 언제나 똑같이 미친 전쟁을 하며. 하지만, 예전보다 치열하지 않았다. 나의 길을 없애는 무언가도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이 전쟁은 예전보다 너그러웠다. 다만 문제는 너무나도 더럽다는 것.


하지만 그런 나에게 죽음이란 게 찾아온 것 같다. 모든 일들이 영화처럼 머릿속을 지나간다. 하하, 정말로 쓸데없이 산 인생. 아니 분명히 나는 살면서 무언가를 찾았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저주했던 것 같다. 이 틀에.
죽을 때가 다 되니, 난 나의 삶에 만족하고 나의 삶에 충실했나 궁금해진다. 과연 그랬을까.
‘이 정도면 잘 살았는지도 몰라’
그래, 나중가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그래, 나중가서 이렇게 합리화시켰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조금 더 나에게 희망을. 꿈이 돈이 아니라, 꿈은 꿈이라고. 물질적인 것은 꿈을 실현하면 자연적으로 오는 부차적인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그렇게 시켜주었으면... 조금 더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하고 살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다시 그때가 생각난다.
나는 왜 그런 색종이나 오리는 추억 따위를 그리워했던 것일까. 순수했던 그때를 추억하였던 것은 아닐까. 그래, 그때라면 누군가가 나를 나의 길로 이끌어주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굴래에서 벗어나는, 그런 길....
나는 생각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주 잠시, 아주 잠시동안 간절히 그 때를 되뇌였다.
“있을지도...”


라고 말한 순간,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있었다.




1. 남자아이.
2. 여자아이.




 

 

2011.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