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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아침 커피

매마른 집 안 곳곳으로 따듯한 커피향이 흘러 내렸다. 따듯한 온기와 함께 전해지는 감미로운 향기. 그가 그 향기를 한 모금 입에 물어 온기를 골고루 빼앗는다.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한 무거운 몸 사이로, 아직은 완전히 깨지 못한 감각사이로 커피향이 돌고 돈다. 부드럽게 몸 안을 감돌 때면, 눈을 살짝 감는다. 그리고는 다시 뭉툭한 감각사이로 생각의 끈조차 놓아버린다.

갈색의 초원위에 아이가 누워있었다. 따스한 세계. 아이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지만, 아이는 그곳에서 아무런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 짙은 낙엽사이로 아이는 한발자국씩 발을 내딛는다. 아이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낙엽은 부숴지고 그 자리엔 푸른 새싹이 아이의 발에서 떨어져 나왔다. 아이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아이는 조금씩 자랐고, 입 주변이 거뭇거뭇하게 변해갔다. 아이가 가끔 넘어질때면, 아이는 쭈그려 앉아 아픔에 신음을 하고, 어느새 상처투성이가 된 발을 바라보며, 나아가기를 주저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내 주변을 둘러보았고, 앞을 보았고, 뒤를 보았다. 아이는 그러고 다시 걸었다. 아이의 앞에는 하얀 초원이 나왔고, 그곳은 견딜 수 없이 추웠다. 그때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어느새 따라온 아이의 친구들이 아이를 꼭 껴안아 따듯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이는 그래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는 이제 나타날 초록빛 초원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초록빛 초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따르르르릉
전화기 소리가 모든 감각을 일깨웠다. 그는 재빠르게 누워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오늘 가게 올꺼죠? 오세요! 나 재밌는 소식 준비했어요. 궁금하죠? 궁금한거 다 아니까 오늘 꼭 와줘요! 꼭이요!”
아침부터 활기찬, 하지만 조금은 다급한 알바생의 목소리었다. 그녀는 그의 거절은 듣기도 싫은 듯이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그 전화는 그의 잠을 모두 달아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8시 10분. 그녀의 모닝콜 덕분에 나쁘지 않은 타이밍에 일어날 수 있었다. 지각하지 않으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어느새 비워버린 커피 잔을 뒤로한 체, 그는 살짝 집 밖으로 나섰다. 그래도 아침엔 원활한 배변활동이 중요하니까.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중요하니까. 그는 바쁜 시간을 뒤로 한 체, 밖에서 신문을 집어 들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1. 쾌변의 아침은 싱그럽다.
2. 가게를 간다.
3. 가게를 가지 않는다.

                                                                                                                                
이야기의 시작 ->2. 고등학교 이야기 ->2. 이미 잊은지 오래 ->1. 모카케이크 -> 3.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1. 조금이나마 온기를 느끼려는 듯 커피를 따라마셨다.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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