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래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하이퍼텍스트 소설)

2017. 10. 19. 06:31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리고는 축축한 옷아래로 느껴지는 몸을 손가락으로 조금씩 더듬고 있었다. 약간 해진 소매, 하지만 언제나 잘 다려져 있는 나의 양복의 빳빳한 선이 손가락 사이로 느껴졌다. 약간 물에 젖은 바지는 찝찝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추운날 따듯한 자동차 시트의 열기를 느끼니, 몸이 편하게 풀어졌다.
“저기요. 좀만 기다리세요. 거의 다 와가요. 죄송해요.”
아까와는 다르게 침착해진 목소리였다. 아니, 그녀의 분위기가 침착해졌다고 해야 하는 게 더욱더 맞는 모습이었다.
“큼, 저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차가 신호대기에 걸리자, 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이 나를 반듯하게 처다보며 물었다.
“아, 김우석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나래에요. 물을 때, 제 이름부터 말했어야 되는데.. 에고, 또 실수했네요.”
“아, 아니에요. 하하..”
그녀의 순진한 미소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아, 그런데……. 혹시 제 이름 듣자마자, 노란색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아요?”
“예? 아, 예. 노란색 이미지네요.”
갑자기 쌩뚱맞게 튀어나온 질문에, 나는 순간 벙찌며, 그녀의 질문을 반복했다.
“저는 그게 좋아요. 행복한 노란 이미지. 그래서 저는 제 이름을 생각할때마다, 봄이 오는 것 같아서 좋더라구요.”
“아……, 그런거 같네요..”
나래라는 이름이 노란색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들은 걸까. 아니면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일까. 갑작스럽지만, 조금은 쾌활한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나래라는 단어가 노란빛으로 물들여져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나래를 노란색보단 초록색으로 보는 쪽에 더 가까웠지만.
“아, 그냥 그렇다구요. 사실 이름 이야기 할 때, 버릇이 되어 버렸어요. 좀 낮간지러운 이야기죠. 흐흐”
“아니요, 재밌네요.”

병원입구까지 가는 내내 그녀는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나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근래 개봉한 영화 이야기나, 요즘은 다들 치킨이야기만 해서 포장마차를 갈 사람이 없다느니, 하는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매우 재밌는 것처럼 그녀의 말 하나하나에 그녀의 디테일과 액션이 곁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우석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혹시 제가 실례를 저지른건 아니죠?”
그녀가 대기열에 있는 나의 이름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아, 올해로 서른 여덟이네요.”
서른 여덟의 남자. 나이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네? 말도 안돼.. 저 지금까지 많으면 서른 중반으로 보고 있었어요. 우석씨, 아니 오빠 죄송합니다.”
그녀의 가벼운 목례에 나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 여자는 뭐랄까, 정말로 빠르게 틀린 것을 바로 잡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쪽은 어떻게 되세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손가락을 쭉 피며 입을 열었다.
“스물 일곱이요. 에잉, 손가락으로 표현 안되는 나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동지네요 손가락으로 표현 안되는 나이!”
기묘하게 스물 다섯으로 보이는 일곱 개의 손가락을 보며 나는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1. "그럼 그냥 스물 다섯해요. 하하"

2. “동지네요. 손발 다 동원해도 안세어지는 나이.”
3. “그러게요. 둘다 늙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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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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