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속운동

나열, 감정의 나열

2024. 2. 28. 22:30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등속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마찰이 존재하지 않고,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는 상태.
그렇게 모든 마찰들이 없는 삶을 계속 혼자 고독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가 등속이다.
만약, 이 길고 긴 자연스러운 상태를 바꾸고 싶다면 간단하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나 자신을 잘라 두 개의 좌표로 만들면 된다. 그러면 반쪽의 나는 하나의 좌표가 되고 나는 그것을 던짐으로써 나는 상태가 변한다.
그렇게 등속의 세계에서 길고 긴 지루한 여정의 방향을 바꾸려면, 나 스스로를 쪼개는 수밖에 없다.
아마 그것은 가장 고독하고 쓸쓸한 형태가 아닐까.
 
생명은 여러 원자들이 뭉쳐져 존재한다. 서로 마찰이 존재하고, 전자기력이 있으며, 저항을 한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마찰들 속에서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멈춤이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본질은 마찰력, 저항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갈등과 사랑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이 생명의 본질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인 등속을 멈추고 가장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선택했다.
그런 우리의 선택은 아주 자연스럽게도 세월에 흐름에 따라 마모되어 잊혀졌고, 우리는 선택의 이유를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등속운동을 당연하게도, 무심한듯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존재가 우리를 미친듯이 마찰시키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들처럼 우리를 열렬히 마모시키며 태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항상 세월의 마찰 속에서 언제나 빛을 내고 있었다.
 
그저 등속을 포기한 이유를 잊은 듯, 내가 내고 있는 빛이 있다는 것 잊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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