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둑투둑투둑
비가 묵직하게 오는 날. 날은 너무나 흐려 낮이 어둠이 되는 날. 비는 아지랑이 같이 피어올랐다.
투둑
무거운 빗물은 나의 가슴까지 무겁게 만들었고, 무거운 빗물은 나의 눈물마져 무겁게 만들었다.
투둑투둑투둑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슬픔이 무겁게 짓누른다. 검은 우산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언가에 짖누른 것 같이 답답하다. 나는 이러한 무거운 비가 올 때를 그리워 했고, 슬퍼했다.
이유는 모른다. 단지 그 그리움은 원시적인 것이냥 작은 욕망으로 나의 가슴속에 피워 올랐고, 그 슬픔은 무겁게 나를 힘없는 아이로 만들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렇게 비가 퍼붓는 날, 밝은 백열등 복도 아래서 비가 무겁게 오는 창문 밖을 바라보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고 무겁게 비가 오는 날, 하늘을 가린 우산을 쓰고 가다가 하늘을 슬그머니 바라보며 하늘을 보지 못한 답답함을 털어내며 비를 맞는 것을 떠올리기도 했다.
빗물은 무겁고 나의 슬픔은 그 빗물에 더욱더 무겁게 가라앉는다.
묵직한 슬픔. 농도가 진하다. 이 슬픔은 싫지가 않다. 묵직한 것이 딱 가만히 있는 나를 감상에도 젖게하고 울적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진 않는다. 이 묵직한 슬픔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나는 겸혀히 그 슬픔을 몸으로 받아드린다. 한치의 반항도 없이 어머니의 품을 거부하지 않는 아이처럼, 그것을 받아드리고 그것을 느낀다. 가슴아래가 묵직하다. 그 순간 슬픔은 나오지 못하고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 슬프지만 사랑한다. 그 슬픔을 좋아한다. 무거운 비가 묵직하게 내리는 날. 나는 그 슬픔의 묵직함을 겸허히 받아드리겠다. 따듯한 비는 시원하게 되었지만 나의 머릿속 가슴속에는 뜨듯한 비가 묵직하게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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