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녀에게 생긴 일.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9. 06:08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이 집을 돈으로 샀다는 여자가 일어났어. 돈? 웃기지, 우린 이 집을 판적도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으니까. 거참 인간들이란...
하여튼 그 여자는 그날도 잠에서 갓 깬 듯한 부시시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어.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가장 먼저 빵의 요정에게 손을 뻗쳤지.
엄청나게 잔인하게.
빵의 요정을 불로 지저버리다니……. 우리는 그 끔찍한 광경을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어. 하지만 어떡해? 약자로써 우린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우리도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야. 그래서 그 여자의 머리위에 있는 삐친머리의 요정에게 도움을 청했지. 그 동안 이 여자를 관찰하면서 약점을 찾아내라고 부탁을 했었거든.
“이 여자의 약점. 파악했어?”
그러자 삐친 머리의 요정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붙이며 동그라미를 그리는게 아니겠어? 그 순간 버터의 요정과, 딸기잼의 요정, 달콤한 카라멜의 요정과 우유의 요정이 환호성을 질렀지.
‘와!’하고 말이야.
정말로 두근거렸어. 두근두근, 드디어 우리의 보금자리를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니까 말야.
“이 여자의 약점은, 남자야.”
삐친머리의 요정이 머리카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우리에게 말했어. 조금 대롱거리는게, 어지럽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그녀가 하는 말은 대롱거리지 않으니까 알아듣기에는 지장이 없었어.
“남자?”
“응. 이 여자, 남자친구랑 해어진지 1달이 넘어가거든. 그런데 아직도 못 잊어서 가끔씩 울어.”
“흐응”
남자라... 우리는 다시 회의를 열어 남자에 대해 토론을 했지. 그동안 버터의 요정의 수가 많이 사라졌고, 우유의 요정은 거의 밑바닥까지 줄어버렸어.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토론에 열중했지. 언제까지나 당하고만 살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어. 우리는 그 남자를 몰랐고, 어떻게 해야지만 그 남자라는 것을 통해 이 여자를 이 집에서 내쫒아야 하는지도 솔직히 다들 잘 몰랐어. 다만 기억나는 것은 삐친 머리의 요정이 말한 울음뿐이었어. 울음. 우리는 눈물의 요정을 가끔씩 만나지만, 대다수의 눈물의 요정을 이해하지 못했었거든. 어쩔땐 행복한 눈물의 요정이 나올때도 있고, 증오의 눈물이 요정이 나올때도, 웃음의 눈물이 요정이 나올때도 있었어. 아니, 솔직히 분류하자면 더 많지.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처할지 잘 몰라서 가끔씩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 슬픈 눈물의 요정을 행복한 눈물의 요정인줄 알고 행복을 가르쳐달라고 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아, 그렇다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야.
아아, 잡소리는 그만하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는 잠시 고민을 했어.
이 여자의 약점이 남자고, 그 남자가 이 여자에게 눈물을 준다. 그럼 눈물의 요정이 나오는데, 그건 어떤 눈물의 요정인가 하는 고민이었어.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 눈물이라는 게 어떤건지 잘 모르거든.
하지만, 우리는 결심을 했어. 어떤 눈물이 요정이 나올지는 몰라도, 그 남자를 떠올려 이 집에서 이 여자를 쫒아내자고. 그래서 우리는 삐친 머리의 요정에게 다시 한번 더 부탁을 했지.
‘우리는 그 남자를 알 수 없으니까, 니가 그 남자에게 붙어 있는 요정들을 데리고 와주었으면 해. 그러면 적어도 우리가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테고, 그러면 우리가 이 여자를 여기서 내쫒을 수 있을테니까.’
삐친머리의 요정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전과 같이 고개를 끄덕거렸어.
사실 삐친머리의 요정도 아침마다 자신의 동료들이 대량 학살되는 장면들을 보고는 기분나빠했거든.
그렇게 몇일이 지났어. 우리는 그동안 많은 잔인한 일들을 보아왔지. 정말 끔찍했었어. 우유의 요정이 뜨거운 커피의 요정과 섞여 다른 요정으로 태어나지 않나, 우리의 동족들은 가끔씩 불에 지져 몸의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없어지곤 했어.
그때마다 우리는 복수를 다짐했어. 우리는 죽은 요정들의 유지를 잇고, 이 여자에게 복수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매번 느끼면서.
하지만 그 복수라는 게 너무나도 힘들었어, 아마도 이 ‘여자’는 그 ‘남자’를 도통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복수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거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우리가 생각하는 복수는 그저 이론적인 무언가로 치부되고 있을 때였어.
갑자기 삐친머리의 요정이 비상을 울리면서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고 다가오는게 아니겠어? 우리는 때가 왔구나! 하고 생각했지. 우리는 잘 생각나진 않지만, 그 복수라는 마음을 떠올리며 삐친머리 요정을 환대했지.
삐친머리의 요정은 다른 요정을 소개시켜주었어. ‘비밀병기’라고 하면서 말이야. 음... 이름이 뭐였더라... 하여튼 이름이 어려운 향수의 요정이었어. 공기 중에 떠 있는걸 삐친머리의 요정이 슥 하고 잡아왔다고 하더라 하하하.
하여튼 이 요정은 그 남자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요정이라고 삐친머리의 요정이 설명을 했어. 언제나 그 남자곁엔 이 요정이 따라다녔으니까. 가끔, 그 동료들이 우리 주인 코 속으로 들어가 진득진득한 점액에 익사했다지 뭐야? 정말로 슬프고 끔찍한 이야기였어. 그래서 그 요정은 우리의 생각에 동참을 해주었지. 자신이 죽을지 몰라도, 이 죽음을 헛되히 쓰지 않겠다고 말야. 뭐, 우리는 그 대단한 의지에 가슴이 뜨거워졌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 의지를 본받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지.


그날 아침도 여자는 빵을 불로 지지고, 나를 슬쩍 퍼서 지진 빵의 부위에 슥슥 발랐어.
하지만 당하고만 있지 않을테니까 기대하라구!






눈물이 나왔다.
갑작스럽게 닥친 그의 향기...
나는 버터를 바르다 말고 슬픔에 몸을 눕혔다
……다시 눈물이 나온다. 무방비상태로 당한, 그의 기억. 어제 스친 그의 옷자락에서 묻어나온걸까. 그의 냄새가 슬그머니 달콤한 버터의 냄새와 섞여 들어온다.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 때, 나를 찾아온 사랑처럼.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온 그의 향기가 나를 무너뜨렸다.




















...엿같네... 진짜.. 






이글루스 가든 - 영화 제목으로 글쓰기 15제

 

 

 

 

2010.04.05

'나열, 감정의 나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잎  (0) 2017.10.19
단정짓기.  (0) 2017.10.19
::  (0) 2017.10.19
우주전쟁  (0) 2017.10.19
두 그루 나무.  (0) 20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