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Panic's Torso

천년 후에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 있을까.

by RomanticPanic

 

  천년 후에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을까.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긴할까.

 

  그때도 이러한 마음들을 느낄 수가 있을까.

 

  어쩌면,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들은 시대의 마음으로 남아있게 될지도 모른다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

 

  먼 훗날 소통의 방법과 만남의 방법, 그 시대의 배경, 그 모든 것들이 달라져 있을 그 무렵. 그들은 고전시가의 한 장면처럼, 그다지 되지 않는 공감을 하며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지.

 

  나의 마음에 물을 주어 기르고, 가꾸어온 나의 이야기들이 그들에게는 그저 알 수 없는 읽기만 어느정도 가능한 언어로써, 감정으로써, 단편으로써, 존재할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이 지루한 이야기들을 왜 읽냐라고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이 글들을 보고 따듯해졌으면, 눈을 감으며 감정을 읽었으면 좋겠다.

 

  천년 후에 나는 어떻게 남아있을까.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DNA는 어느덧 사라지고, 고문서에나 존재할 법한 데이터 쪼가리가 되어 부유하다 어느날 누군가가 실수로 삭제한 데이터로 소멸되어버리진 않을까.

 

 

  천년 후에 너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을까.

 

  알 수 없는 세계 속에서 분해되고 분해되어 그저 땅속에 파묻혀 있을까. 아니면, 살 수 없는 이곳을 버리고 떠나 어느 은하계 어느 곳에서 다시는 갈 수 없는 이곳을 떠올리고 있을까.

 

  나의 문학은 단편적으로 쪼그라들어 어느 세상에도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미 퇴화해버린 기관의 흔적처럼 그 흔적이라도 남아있길. 그저 어느 세상의 한편에서, 구석에서,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느 곳에서, 구슬피 울다 떨어진 어느 나무의 매미처럼, 존재했다는 증명도 없이 흔적도 없이 나는 그렇게 글을 쓴다.

 

  그래도 그들은 나만의 이 낭만적이고도 유일무이한, 이 세계를 모르겠지.


  나의 삶. 두번 다시 존재하지 않을.

 

'나열, 감정의 나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한 순간  (4) 2025.08.08
우리는 지독한 여름을 견디고 있었다.  (3) 2025.07.20
비 오는 날의 운전  (0) 2025.07.02
흐물흐물해진 표정  (0) 2025.06.27
달디단 막걸리  (4) 2025.06.17

블로그의 정보

RomanticPanic's torso

RomanticPanic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