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토끼이야기

나열, 감정의 나열

2017. 10. 18. 23:27

가면이 깨졌다. 깨진 가면을 주워먹는다. 가면이 깨졌다. 깨진 가면을 주워먹는다.
나는야 가면토끼. 반추위가 없어, 나 자신의 깨진 오물들을 다시 먹어 소화시키는 가면토끼.
나는 더러워. 
여러모로 더럽지.
거기다가 가끔 오물보다 가면속에 숨겨진 나의 괴물에게 나는 삼켜져버리기도해.
오물 속에 같이 들어가는거지.... 아주 더럽게 말야..

냠냠. 악마가면토끼. 어떤 나쁜짓이든, 나는 모두 저질러버려. 살인, 방화, 강간.... 어쩔 수 없어. 나의 깨진 가면속에 또다른 가면을 쓴 괴물의 본성이니까말야. 킥..
어때? 나빠보이지? 그치? 그런거지? 나쁘지? 안 나쁘다고? 죄책감 따위는 하나도 안 느끼는데도? 어때? 악마같아? 아니야? 아냐, 아냐 잘 생각해봐 역시 이런 사회악적인 존재는 죽여야해, 그치?
안 그래? 안 그러냐고? 안그렇게 생각한다고? 웃기는 소리하네, 병신들. 그러니까 지금 니네들이 앉아서 이딴 이야기나 쳐듣고 있는거야. 안그래? 하긴 너희 같은 허접한 버러지 인간들이 어찌 알까? 흐응. 어때? 더 말해야돼? 뭐야 이 사회의 낙오자, 쓰래기들 같으니라고. 너무 많이 들어서 가볍게 무시하는 정도야? 참나, 더 듣고 싶으면 그냥 아무데나 욕짓거리하고 달려들어 그리고 혀 좀 놀리면 돼. 아아 너희같은 인간들은 뭐 신경도 안쓰려나?
..어때? 죽여버리고 싶지? 죽여야겠지? 킥..

아아..

아아........

그런데 불쌍해서 어쩌나...
미안한데, 나는 너희들한테 죽어줄 수가 없어. 웃기지? 킥킥킥...
나는야 가면토끼. 반추위가 없어, 내 깨진 가면을 다시 먹고 깨뜨리고 다시 먹지.
바보같은 인간들이 아냐.
난 나의 음습한 검은 가면 조각을 깨뜨리고 먹어. 그리고 배우지.
더 이상 그런짓을 하지 않게. 바보 같은 인간들처럼 사소한 잘못부터 커다란 잘못들을 반복하지 않게.
어때? 바보같은 인간들.
그런 허접하고 더러운, 아니, 이제는 불쌍하기까지한 인간들에게 내가 죽어줘야겠어?
나는 바보따위에게나 이 아름다운 목숨을 줘버리는 가면토끼가 아니라구,
멍청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킥킥킥..









"...어이! 가면토끼."
"왜?"
"궁금해서 그런데 말야... 뭐 대답해줄 수 있어?"
"킼, 바보같은 인간. 말해봐."
"사회는 변화해갈수록 사회에서 받아드리는 '나쁜 것'의 가치는 계속 바뀔텐데 그건 어쩔꺼야? 아, 물론 절대적인 가치, 예를 들면 살인같은 거는 변할 확률이 희박하겠지만..."
"역시 인간은 바보라니까, 그럼 절대적인 '선'의 가치도 있을꺼아냐? 나는 소화시키고 소화시켜 모든 것을 버리고 절대적인 '선'의 가치에 도달하겠지."
"그래? 근데 가면토끼... 만약에 니가 말한 가면을 쓴 괴물...토끼랄까? 그게 실수로 깨진가면을 주워 먹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소화시킨다는 것'으로 검은 가면조각을 소화시켜버리면? 그럼 커다란 나쁜일을 소화했다 가정하면 그것은 더이상 나쁜 것이 아닌, 가면토끼. 너의 일상으로 만드는거아냐? 마치 나쁜것이 일상처럼 되어 죄책감도 느끼지 않게 되는게 아니냐고..."
"그럴리가 없지. 난 그러지 않으니까."
"왜? 그것도 어차피 다 너 아냐? 본성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말하는 너.... 잠깐... 너 사실 어떤게 나쁜 가면이고 어떤게 착한 가면인지, 혹은 어떤게 옳고, 그른 가면인지... 잘 모르는거 아냐?" 
"아냐, 알아. 정확하게. 난 인간들과 다르다니까. 바보아냐? 이 인간."
"한번쯤 생각해 본적 없어? 무엇이 옳은지. 뭐 간단하게 그런거 있잖아. 엄마, 아빠, 애인, 거지, 부자... 뭐 대충 추가시키고 싶으면 더 추가하고... 여튼 이렇게 5마리 사람, 아니 토끼가 빠졌다고 쳐봐. 만약 이 중에서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고 치면 누굴 구해야 옳은거야?"
"..."
"왜, 몰라?"
"..."
"바보아냐? 여기서는 옳고 그른거를 따질 문제가 아니잖아. '옳고 그른거'를 사실 구분할 줄도, 어디에 갖다 써야하는지도 모르는거지?"
"....이, 멍청한 인간이!!!"
"그럼 이건 알아? 가면안에 있는 너의 진짜 본성, 맨얼굴이 무엇인지? 아아... 설마 가면이 얼굴에 달라붙어 버린 건 아니겠지? 어이   , 너의 본성은 뭐냐?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알고 있어."
"... 웃기네 인간따위가... 그런걸 알리가 없지."
"어.. 왜 말을 돌려... 어이어이, 설마 모르는거야?"
"........"
"몰라?"
"... 웃기지마. 인간. 인간, 나도 잘 모르는 니가 날 어떻게 알아? 너는 너를 다 알아? 바보같으니라고... 그래, 몰라! 그걸 다 알면 내가 신선이지, 괜히 토끼겠어? 그러면 내가 가면을 먹을리도 없잖아! 그래, 인간 좋아. 말해봐, 말해보라고!!!"
"흐응... 역시 모르는구나... 하긴, 나도 너에 대한 다른건 몰라... 그렇지만 한가진 알고 있지."
"뭐!"
"... 조루."
"?!"


















나는야 토끼사냥꾼. 오늘 말하는 가면토끼를 잡았다.
이 녀석의 가면을 모두 벗기면 속이 하얗지, 검을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고 있다.
어차피 가면은 다 가면토끼 꺼다.
똑똑한척해도 가면이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토끼.
아, 또 하나. 내가 이 녀석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 하나.
그건 바로 조루라는 것.
...
















...잠깐, 설마 토끼가 정력감퇴식품은 아니겠지?!





                                                                                           
가면토끼 외전. 가면토끼B씨의 가면무도회장 리뷰.



여기는 가면무도회장.
모두들 진짜 같은 얼굴을 한 가면을 쓴체, 두둥실~ 춤을 춘다.
아무리 얇은 가면이라도 그 속은 다 비치지 않는법.
무도회장엔 여러가면들이 존재한다.
두개의 얼굴을 가진 가면, 너의 다리와 나의 팔을 가진 가면, 가면만 크고 화려한 거지들...
다들 여러가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 무도회장엔 너무 많은 가면을 가지고와 힘들게 짐을 끄는 사람도 있다.
질질...
저러다 짐 가방이 다 터져버릴라...
무도회장에는 볼거리가 많다.
또한 가면이라는 것은 신기해서 조금씩 금이가는 가면이 있는가 하면, 점점 두꺼워지는 가면도 있다. 뭐 변신하는 것도 있지만, 나는 그런 취향은 아니라서...
극소수는 자신에게 너무도 많은, 무거운, 다른 가면이 있는 것을 눈치채고 춤을 멈추기도 하지만, 그런 가면을 잘 활용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에서 몇몇 사람들을 매혹하며 매우 아름다운,더러운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가면이 싫어, 가면을 부수고 부숴바도 가면의 갯수는 쉽사리 줄지 않는다.





무도회 그곳의
평점은 ★.
일상과 똑같은 모습에 놀랐지만, 어디하나 특별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글루스 가든 - 영화 제목으로 글쓰기 15제

 

2009.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