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Panic's torso

나열, 감정의 나열 69

카테고리 설명
  • 무거운 공기. 목 조르는 햇빛. 멀미나는 노을. 토가 나올 것만 같다. 무거운 공기는 나의 가슴을 짖누르고, 미친 햇빛은 나를 천천히 열로 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하늘에 떠 있는 노을빛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구토를 유발시킨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어 숨통을 틔우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차가운 바람이 싫은 나의 피부는 그것을 거절한다. 주인이 죽어가는 것도 모르는 체로. 가만히 누워서 죽음을 맞이하자니, 미친 햇빛이 나를 익혀 버린다. 그래서 약간 햇빛을 피해 앉아 죽음을 맞이하자니, 가만히 있는 내가 너무나도 답답해 보인다. 내가 꿈꾸는 삶이 이런 삶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무료한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맥앓이 없는 모습이 아니었는데. 일은 풀리지가 않고 혼자 무언가를 하자니 너무나도..

  • 사랑은 언제나 한순간에 찾아왔다가 사그라든다. 하지만 그 사랑이 사그라들기 전에 사랑하는 무언가가 떠난다면 그 사랑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버린다. 사그라들지도 않은 체 멈춰버린 사랑은, 그대로 먼지가 쌓이고 또 쌓여버리지만, 이내 떠오른 기억에 우리는 그 먼지를 닦아내고 다시 그 사랑을 바라본다. 잊지 못할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그것을 두려워 한 많은 이들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말했었다. ‘죽은 사람은 이기지 못해.’ 멈추어 버린 사랑은 지독한 병이다. 가슴이 아프고 그리워지고... 도무지 잘 낫지가 않는다. 거기다가 그 목매임에 우리에게 그것을 계속 더듬고 더듬어 존재할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게 한다. 그리고는 세월에 무뎌져 가는 기억속에 자신의 환상을 조금씩, 조금씩 집어넣는다. ..

  • 그녀의 기억에는 작은 균열이 있었어. 아주 작은 균열.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작은 균열이었지. 예를 들자면.. 그래! 밤에 불을 모두 끄고 스텐드에만 불을 켜 놓은 상태로 말야. 구멍 뚫린 종이를 스텐드 전등부분에 가까이 대면 그 작은 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잖아? 그치? 그래, 그것처럼 그녀도 그와 비슷했어. 아주 작지만, 어떤 형태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균열. 그런것 말야. 하지만 앞의 말처럼 사실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었어. 사실 밝은 날에서 그런 균열은 아무것도 아니었거든... 햇빛에 가려 티도 안났으니까. 음... 잠깐, 잠깐... 좀 이야기가 멀리간거 같아... 음...그래, 다시 단순하게 말하자면 말야, 단지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었을 뿐이야. 그래, 그게 좋겠다. 그녀는 TV에 어..

  • 봄, 여름, 가을, 겨울. 매해 달라지는 느낌과, 조금씩 남아있는 익숙한 느낌. 그리고 가끔 사라져버린 계절의 느낌. 일년, 일년이 지날수록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같은듯, 다른 모습으로 나를 찾아온다. 어제봤던 그 봄이 오늘 이 봄과 조금씩 다르다. 뭐, 가끔은 엄청나게 다르고... 그래서 어른들이 말하는 그 봄과, 그 여름과, 그 가을과, 그 겨울은 가끔은 그리운 장면처럼 굳었다가도, 오늘의 장면에 사르르 녹기도 한다. 2012.05.18

  • W가 그랬다. 자신의 좌우명은 '(나는 나 스스로를)매 순간 순간을 스스로 창조하며 산다' 라고. 그래서 W는 항상 자신이 쓰래기를 줍는 그 한 순간에도 그 행동이 자기 자신을 만들고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W는 그래서 지금 이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자신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왜냐면 W는 항상 매 순간순간을 자신을 위해 자신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W가 개인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W는 항상 자신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행동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살아갔다. 생각해보면 W의 말이 맞았다. 힘들 때라도 W는 항상 한걸음 한걸음 작은 보폭이라도 걸어나아갔다. W의 나비효과 같은 생각은 W를 더 재밌고,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

  • 비가 질척거리며 내리는 어느 오후의 날이었다. 그날도 나는 어제와 같이 손님들을 맞으며, 추운 겨울날의 비가 얼마나 지독한지 손님들이 달고오는 차가운 빗방울 사이로 느끼고 있었다. “밖이 많이 춥죠...?” 이 때가 아니면, 춥다는 말이 이렇게나 따듯하게 들려올 수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그들을 위해 말려둔 작은 수건을 건네며 웃었다. 그러면 그들은 카페의 온기에 만족한 것인지, 수건에 만족한 것인지 항상 이맘때면 나의 수건을 받으며, 밝게 웃어주었다. 그러고는 그들은 유자차나, 모과차를 시키기도 했다. 아마 이 날이 제일 유자차가 잘나가는 날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이런 차가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차라리 차가운 빗방울을 맞이한 손님들이 비에 젖어버리는 것을 포기한 체, 그저 따듯한 티 하나와 난..

  • 사랑, 사랑이 하고 싶다. 사랑. 그건 언제나 이런 쌀쌀한 날씨에 나를 잡아 이끄는 욕구 중에서 따듯함을 제치고 손을 가장 먼저든 욕구중 하나다. 사랑. 그것을 내가 계속 갈망하는 이유는 사실 사랑을 재대로 못해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부족한 경험으로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랑은 내가 그동안 얻지못했던 나의 심연적인 쾌락일 수도 있으며, 육체적인 쾌락일 수도 있다. 나의 상상력은 따듯한 사랑부터, 열정적인 사랑, 차가운 사랑, 재미있는 사랑. 그 모든 것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것을 재대로 못해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언제나 사랑에 빠지는 계기는 무언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사람을 ..

  • 내가 말했지 꿈을 쫒는 너의 모습은 정말로 예쁘다고 네가 꿈을 쫒을때마다 꿈을 쫒아 달려갈 때마다, 그 꿈이 다가가때마다 너는 점점 예뻐지는 것 같다고. 하지만 너는 언제부터인가 나의 이 말에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었어. 마치 네가 꿈을 쫒지 않으면 안 예뻐진다는 것 처럼. 추녀가 된다는 것처럼. 너는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지.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을 탈 때 제일 예쁘고, 박정현은 노래부를 때 제일 예쁘다는 거. 그런 거 말야. 자신의 꿈을 쫓으며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예쁘다고 했었지. 그래서 내 이상형이 그런 빛나는 순간의 사람이라고 했었어. 아니, 빛이 나는 사람. 하지만 니가 중간에 그것에 지치고 포기한다고 해서 난 네가 싫어지는게 아냐. 넌 못생겨 지는게 아냐 너..

  • 하얀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하얀 눈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로 세상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 날을 생각하자니, 그 날이 크리스마스인건지, 아니면 그 전인 건지, 혹은 그 후인건지 잘 기억은 나지는 않았으나, 대충 어딘가의 크리스마스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소녀를 발견했다. 아름다운 소녀. 나와 눈을 마주치자, 소녀는 방긋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 하지만 힘이 달리는지, 내가 있는 곳까지는 그 말이 전달되지 못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거겠지…….’ 그럴 것이다. 지금이 크리스마스 전이라면, 혹은 오늘이 크리스마스라면... 대충 그런말을 했을 ..

  • 엊그제 참으로 이상한 꿈을 꿨어. 두 꿈이 이어진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한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꿈이었지. 일단 꿈이 두개라고 생각하고 말해볼께. 첫번째 꿈은 내가 토끼를 기르는 꿈이었어. 아주 작고 귀여운 토끼. 나는 그 토끼를 엄청 좋아했지. 매일같이 밥을 주고 쓰다듬으며 길렀으니까말야. 그러던 도중에 갑자기 지하철을 타고 가는 일이 발생했어. 어쩐지 그날따라 토끼가 내손에 없더라? 조금 허전한 기분이 들었지.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지하철이 멈춘거야. 그리고 누군가가 말했어. 아니, 내 느낌이었지. 무언가가 지하철에 갈린거야. 그래서 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지. 웅성웅성. 무언가가 분명하게 지하철에 갈려 죽은거야. 나는 멀리서 그 사람들이 몰려든 것을 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그 사람들..

  •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나는 푸른 바다가 보이고 검은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신비한 곳에서 왔어. 이곳은 민들레 내음이 마치 달콤한 꿀의 향기로 느껴지는 듯한 곳이었고, 붉은 노을은 순간 매력적인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전등역할을 하는 곳이었지. 때때로 추위와 숨막히는 더위에 이곳을 잠시 떠날까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찾아오는 따듯한 사람의 향기, 고된 노동 뒤에 오는 개운한 기분이 나를 붙잡았어. 하지만 너는 아닌 것 같아. 너는 이 곳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걸?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나는 예전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그리고 대답도 듣고 싶었지. 너는 이 세상을 나와는 다르게 느끼는 것 같아. 뭐 당연히 그렇겠지. 너와 나는 태어난 곳이 다르고 살아온 곳도 다르니까. 나는 이 곳..

  • 청아한 가을하늘에 타는 듯한 차가움이 찾아올 때면 단풍은 차갑게 녹아버린다. 2010.11.15